키우기

아이와 함께 민달팽이 키우기 - 1일차, 만남 그리고 집 만들기

나이프맨 2021. 1. 1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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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몰에서 시킨 양배추를 타고 우리집으로 온 민달팽이씨.

고이 저세상으로 보내드려야 하나, 아니면 이 추운 겨울에 밖으로 방생해야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양배추 중앙부 심지쪽에 숨어있던 민달팽이씨.

 

"어차피 둘 다 살생인데, 그래 한번 키워보면 어떨까? 우리 아이가 달팽이 키우는 건 처음이잖아? 정말 좋아할거야 후후. 우리 아이가 뭔들 처음이 아니겠어. 이제 6살인데."

 

마음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며 민달팽이를 한번 키워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제 머리속에 있는 달팽이는, 흙과 채소가 있는 촉촉한 곳에서 유유자적 채소 위 아래를 흐느적 거리며 돌아다니는 놈이었습니다. 흙과 채소가 있어야하고, 뭔가 몸이 마르지않도록 촉촉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습도와 먹이만 잘 맞추면 키울 수 있다고 하네요.

 

 


 

달팽이집으로 쓸만한 재료가 뭐가 있는지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침 어느 집이나 하나씩은 있을 법한 빨간 뚜껑을 가진 투명한 원형 김치통. 아이들 과자나 사탕 통으로도 많이 쓰는 모양이더라구요. 마침 버릴려고 내놓은게 재활용쓰레기통에서 발견되어 주워왔습니다.

 

그리고 화분 분갈이하고 남은 원예용 흙이 보이네요. 달팽이가 좋아하는 흙이 있다고 하는데, 우선 집에 있는 흙이 이것 뿐이니 원예용 흙이라도 넣어보고 상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달팽이가 싫어하는 흙이면, 흙 위는 안가고 벽이나 식물, 야채 위에만 있는다고 합니다. 며칠 살펴봐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달팽이가 싫어하면 흙을 잘 행궈서 다시 넣어줄까 합니다.

 

 

적당히 3cm 정도 흙을 담고, 분무기로 흙을 적셔주었습니다.

달팽이의 몸은 점액질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마르면 쉽게 죽습니다. 촉촉한 피부를 만들어주는게 사람이나 달팽이나 중요한 핵심이죠.

 

 

앗.

마침 TV옆에 수경재배로 키우고 있던 스킨답서스가 눈에 보입니다. 마침 크기도 적당하고 뿌리도 깊게 난게 아니라 원형으로 돌돌 말아져 있어서 김치통 앞에 넣기 최적의 형상이네요.

 

어차피 수경재배로 기르고 있는 스킨답서스가 네 개 더 있으니까 한 뿌리 정도는 새로운 우리 가족의 친구인 민달팽이씨에게 양보할까 합니다.

 

 

잘 심어서 물을 뿌려주었습니다.

스킨답서스는 워낙 생명력이 좋기 때문에 이렇게 심어도 아마 뿌리내리는데 어려움이 없어보입니다. 며칠 따뜻한 곳에 두고 지켜봐야겠어요.

 

 

이렇게 마련된 럭셔리한 스킨답서스 모델하우스입니다. 

새로 입주하게된 민달팽이씨를 모셔와야겠어요.

 

 

도망가지 못하게 양상추와 플라스틱 뚜껑으로 가두어두었습니다.

얼핏보면 거머리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요새 거머리 직접 못본 사람들이 많을것 같은데요, 저는 이 사진을 민달팽이라는걸 알고 보기 때문에 징그러운게 전혀 없는데, 모르고 본 분들은 징그러울수도 있겠네요. 마우스 스크롤 하세요 ㅋ

 

 

고품격 양상추 이사.

이사센터 인원의 점심값과 감사는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살아주세요.

 

 

무사히 입성하였습니다.

다시한번 촉촉하게 물을 분사해주었습니다.

 

 

 


 

 

이제 뚜껑을 만들 차례인데요.

마침 반찬가게에서 산 반찬 그릇의 뚜껑이 거짓말처럼 딱 맞네요.

오늘 민달팽이씨 집을 만드는데 하늘이 돕기라도 하는 것처럼 재료들이 척척 눈에 들어오고 쉽게 만들어집니다.

 

 

숨쉴 구멍은 필요하니까.

습도도 중요하지만 마냥 썪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한 공기가 통할 수 있게 숨구멍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 때 인두질 좀 했던 공대생 출신입니다.

마침 오랜시간 묵혀두었던 인두기를 꺼냅니다. PET 재질의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인두로 뽕뽕뽕 구멍을 만들기 쉽습니다.

 

 

적당히 달궈지면, 뚜껑의 테두리에 그루브라인(골)을 따라서 뽕뽕뽕 찔러줍니다.

 

 

오호

작은 민달팽이씨가 못나올 정도의 적당한 숨구멍이네요.

 

 

뽕뽕뽕

뽕뽕

뽕뽕뽕뽕

 

 

1분도 안걸려서 완성했습니다.

조금 지저분하지만 그래도 공기의 브라운운동 기능은 충실히 수행할 것 같네요.

먹이를 갈아주거나, 흙을 갈아줘야하면 이렇게 뚜껑을 그냥 들어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 뚜껑 다시보니까, 다이소에서 파는 일회용품인 것 같습니다. 혹시 저처럼 달팽이집을 만드실 분이라면 다이소에서 싸게싸게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민달팽이씨가 뚜껑에 관심이 있는지 천장까지 올라와 질척대네요.

 

 

얼마전에 분양받아온 햄찌(햄스터) 옆에 나란히 놓았습니다.

 

당시 급하게 분양받아오느라 햄찌 집이 작고 불편해 보입니다. 햄스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을 때 데려온 녀석이라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는 지식으로 꾸며준 집이죠. 공부한지 한 달 정도 되었으니까 제대로 된 집을 지어줄까 합니다.

 

옆에 있는 민달팽이씨처럼 말이죠.

 

 

제가 일 년 넘게 키워온 스킨답서스가 마음에 드나보네요. 설마, 먹는건 아니겠죠?

 

 

 


 

 

6살된 아이와 함께 키우는 민달팽이씨.

과연 무사히 잘 커줄지 걱정입니다. 안그래도 아이 키우느라 손이 많이 가는데, 햄스터도 모잘라 달팽이를 키우게 됐네요.

 

이게 다 아이가 좋아서 시작하지만, 그 이후에는 부모들이 챙겨야만 하는 일이자 숙제가 되어버리죠. 하지만, 이 민달팽이는 제가 좀 신났네요. 공들여 키워온 스킨답서스까지 나눠주어서 그럴까요? 애정이 갑니다.

 

조만간 조금이라도 큰 모습의 민달팽이가 보이면 다시 사진과 함께 나름 육아일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우리 아이가 나중에 글을 읽게되면 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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